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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장르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eddie chacon를 들으며 글을 쓴다.
대학생때 밴드에 들어가면서 바이블처럼 당연하게 들어야하는 OASIS나 RATM, METALICA, RHCP, BLINK182 (중딩때 세이클럽 아이디였다) 등등을 훑으며 추후엔 엔디티몬스나, 지미핸드릭스, 에릭클랩튼,지미페이지 비비킹 등 기타리스트에게 빠져 고전을 탐독하다가 군대에 입대했는데, 거기서 알게 된 이제는 이름도 까먹은 후임과 일촌을 하게된다.
동국대 미대다니는 얼짱 출신 남자애였는데 DJ친구가 있댔나 뭐랬나 telephone muzik 이나 moloko의 sing it back, mojo의 lady등의 음악을 싸이 bgm으로 해뒀는데 그 느낌이 죽여줬다. 나는 그런 장르의 음악들을 파 휴가동안 엠피쓰리에 꽉 채워 몰래 복귀하지만 박계춘이라는 무식한 선임에게 걸려 엠피쓰리를 빼앗겼고 걸그룹 음악이 아니라는 이유로 엠피쓰리는 파괴됐다. 그래도 고장난 라디오 스피커를 우퍼처럼 연결해 일과가 끝난 저녁, 외국 음악방송인 eagle FM 을 틀고 수송부에 짱박혀 유학생 출신인 류은호 선임이랑 담배한대 태우며 노을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하는게 낙이었다. 당시 crazy라는 곡이 라디오에서 자주 나왔던 것 같다. 박계춘은 폐렴으로 나중에 조기제대를 한다.
군대를 전역하고는 종연의 소개로 음악친구인 '지연'이라는 아이와 음악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그 친구와는 라운지 삘의 음악을 gmail로 보내면 답으로 비슷한 장르를 깊게 디깅한 음악을 보내오는 것이었다. 당시 약간 날짜 지난 희지만 누리끼리한 화이트 맥북에 기본으로 장착된 아이튠즈 라디오에서 곡을 무한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종일 틀어놓고 이거다 싶으면 곡을 메모했다. 이 음악 패거리의 음악 아카이브는 넓어져갔고 그 친구는 DJ 남친이 생겼다며 연락은 점차 줄어들었던 거 같다. 이후 나는 컴퓨터도 날라가고 메일 계정도 바뀌어서 주고 받은 음악들 리스트는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음악 펜팔 친구였던 그 친구는 연예인 지망생이었는데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십수년이 지나 오늘 가족을 태우고 처가댁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유튜브 뮤직으로 당시 그 친구가 보냈던 리믹스 버전이 아닌 simply red 의 원곡을 들었다. 쌩썡 자유로를 달리는 상황이었는데 잠시나마 그 이십대 시절의 기분이 반짝 나는 것이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음악은 참 대단하다.
당시는 유튜브도 없어 아르헨티나의 무명 디제이가 만든 음악들은 한 곡을 받는데 토렌토로 며칠을 걸려 받거나 롤러코스터, prince, d sound나 daft punk 디스코그라피를 받으려고 몇날 며칠 컴퓨터를 켜둬야하는 노력을 해야했다. 1프로의 조각이 모이지않아 온전히 듣지못했던 flac 파일들. 그리고 아이팟 화이트에 넣어 근사하게 다이얼을 돌리며 나의 취향들을 뽐냈다. 그래봐야 나만 좋아했던 거 같지만. 하도 말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녀 에어팟 이어폰 고무는 또 그렇게 잘 뜯어졌지.
이래저래 장난으로 밴드 비슷한것도 해보고 음악을 만들겠다며 맥을 사서 항상 로직을 깔고 수많은 샘플들을 저장해뒀지만 삶이 녹록치 않다는 핑계로 막상 제대로 만든건 하나도 없다. 그나마 호주에서 스케치하듯 녹음해 사클에 올린게 내 음악의 전부다.
이제는 팬더 텔레케스터나 머스탱 기타 정도를 사는건 큰 무리가 아닌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나의 관심은 기타를 연주하는데 있지는 않은거 같다.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데 있는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음악을 디깅하고 디깅해서 내 리스트에 저장하고 즐겨 듣는게 편하다. 그나마 LP라도 구매하면서 음악 좋아하는 티 내는 정도랄까. 그마저도 유튜브에서 다 큐레이팅 해 둔 음악을 재생하면 검색할 시간도 필요없이 대충 떼운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면 타이밍 맞춰 녹음하며 '신상균 컴필레이션 vol.1' 이따위 제목을 붙히며 열심히 듣던 난데 이제는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너무 쉬워져 버렸다. 그리고 비스무리한 음악도 너무 많이 나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트로트랑 힙합이 인기다. 트로트 가수랑 힙합 가수는 언제부터 그렇게 많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누자베스나 Dj soulscape를 좋아했을 뿐인데 그런건 어디 방송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구닥다리 장르가 됐다)
아침에 사무실에 가면 뱅앤 울룹슨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대충 '스타벅스에서 트는 음악' 을 유튜브에서 틀겠지. 혹은 페기구를 요즘 자주 튼다. 금요일인가 몰래 RH factor랑 roy hargrove, metro politan jazz affair를 틀었는데 이게 분명 좋은 음악인데 사무실에서 트니 별로였다. 좋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는 역시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대충 닳고 닳은 tom misch쯤 틀면 어울리는 것이었다. 내 취향을 컨펌받는 분위기는 편히 즐기기 어렵다.
인생 목표 중 하나가 '한국대중음악상'을 받는건데 이날치나 페기구 처럼 트랜디에 동양적인 요소를 살짝 끼워넣으면 마치 영화 미나리를 본 서양인들 처럼 찔끔대는 것이었다. 역시 지금 시대에서 동양적인 것은 세계에서 가장 힙한 장르라 생각된다. 이후는 이집트나 아랍같은 중동쪽으로 흘러가겠지. 아니지 khruangbin을 보면 이미 넘어간 것 같기도 하다. 익숙지 않지만 왠지 좋은게 지금 시대에 조금 빠르고 좋은거다. 마라탕이 그렇다. 익숙해지면 빨리 발을 빼야한다. 아니 뽑아 먹을 때 까지 뽑아먹자
다시 음악을 만든다면 EDM보다는 조금 더 멜로우하게 듣지 못했던 사운드로 만들고 싶다. 이는 아마 악기나 샘플이 전혀 다른 소리를 내야 가능할거 같다. 안경으로 치면 소재 자체가 다르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구조의 변화는.. 한계가 있다. 충격을 주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있다. 보통 충격적인 것은 과거에 있더라. 가스펠과 rnb가 득세했던 것 처럼. 이게 또 나 좋은 음악이랑 팔리는 음악은 별개긴 하다. 요즘은 음악은 백그라운드에 당연하게 깔아두고 플레이 시간이 길 수록 많이 벌리는 구조이니, '일의 능률을 올려주는 음악'을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뭐 집중이 잘되는 파형이 어떤 템포에서 나온다던가를 연구한 논문을 보고 말이지. 포스트 누자베스는 모두들 되고 싶었을 게다. 이런건 듣기편하니 조회수는 보장된다.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다른 트랜드로 빠르게 지나갈지도 모른다. 하튼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것을 더 잘 뽑아낼 수 있다. 매드맥스처럼 말이다.
그러면 그냥 10년 뒤에 나온 애들이 디깅의 디깅을 했더니 나오는 선구자적 음악을 만드는게 나을 거 같다. ‘이상’이나 ‘원효대사’ 혹은 서전의 corea 처럼. 나무 위키에 남는 정도는 돼야 오래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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