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설득의 심리학 4권을 달리기 전, 가벼운 마음으로 로버트 치알디니, 노아 골드스타인이 쓴 다소 야비한 제목의 가벼운 책을 들었다.
학창 시절 어려운 문제를 풀기 전 쉬운 문제를 속도감 있게 슬슬 풀다 보면 어쩐지 더 어려운 문제들도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처세술에 대한 실용서였으며, 쉽게 말해 약간 뻔하지만 먹힐 수밖에 없는 방법들을 좀 더 세련되게 푸는 방법을 써 놓았다.
예를 들면 학연, 지연이 일어나는 원인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때문인데,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라거나. 조조가 관우에게 적토마를 줬듯 인심을 먼저 써서 약간은 빚진 감정을 만들라거나 (근데 그렇다고 됐어! 이런 대답보다는 아주 세련된 워딩으로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게 마무리 지어야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기준이 없는 일들 (예를 들면 면접이라던가 기준을 잡는 미팅) 에서는 뒤에서 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도 재미있었다. 앞사람에 대한 기준은 높고 뒤로 갈수록 데이터가 쌓이므로 어느 정도 쌓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뒷사람을 판단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님 같은 값이면 좀 더 저렴한 라인에 있는 것들 중 제일 좋은걸 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싼 코트보다 비싼 와인이 더 저렴하지만 효과는 더 좋다)그 중 가장 좋은 건 그냥 갖고 싶은 걸 물어보고 사 주는 게 최고라 한다.
잔잔한 방법들이 나에게 남았을 것이다.
그 중 아주 효율적인 이야기 하나가 무릎을 탁 치게 했는데, 언제나 모든 여정과 인간관계, 일에서 마지막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 같은 노력을 들이거나 예산을 들여야 한다면 마지막 즈음에 임팩트를 주는 게 훨씬 효과적으로 기억에 남는다는 게 직장에서나 가정생활도 하는 나에게는 나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여행도 마지막
좀 딴 얘긴데, 신년인사로 상사에게 묵묵히 일해주는 것이 고맙단 연락이 왔다. 나 또한 그에게 많은 영감을 받고 있기에 감사했다. But 묵묵히 라는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변동이 없다는 이야기에 임펙트가 없다는 느낌이라 나도 일과 생활에 꾸준함도 좋지만 요즘 어떤 책들을 읽으면서 생활에 리듬감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뭐 예를 들면 컬렉션 초반/ 중반/ 후반 에 들일 일을 30/ 20/ 50의 비율로 노력을 한다던가 이런? 항상 초중반에 개달리다가 막판에 힘빠져서 골골대는 연말이나 프로젝트의 말미를 맞이한 기억이 많다.
실력은 무한으로 투입한다고 무한으로 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