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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beos 2022. 6. 14. 01:35

23년 선글라스 시즌 준비 중이다. 나는 혼자 안경하다가 이번 주에는 다시 투입됐다.

22년 시리즈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이미 준비가 되어있던 거 같다. 나는 선글라스판에 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미팅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대표님이 슬쩍 나시오더니 '들어올래?' 해서 들어갔다.


예쁘고 세련된거 알겠는데 그 어떤 확신을 주는 모델이 없다 했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뭐냐고 아이웨어 디자이너들에게 반문했다. 누구는 힙한 거라 했고 누구는 잘 팔리는 거라 했다. 나는 수용 가능한 새로움을 가진 뭔가라고 이야기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확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떤 key가 되는 제품이 나와야 확신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다고. 전에 흘러가든 것들을 생각해보니 어떤 마음에 안심을 주는 뭔가 나와야 팔리는 것도 만들고 안 팔리더라도 멋진 것도 만들고 예쁜 것도 만들고 미래적인 것도 만들고 한다. 그때부턴 뭘 해도 잘 팔릴 거란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그런 확신을 주는건 뭘 보았을 때인지? 이번 가을쯤에 나올 컬렉션 때 내가 했던 프로토타입이 그런 느낌을 줬고, 그 전 컬렉션은 tambu 였고, 가을에 나올 컬렉션에서 나올 메탈 심볼을 누군가 가져왔을 때라 했을 때라 했다. 그런 건 누구나 봐도 같은 느낌을 받는지 물어봤더니 대표님 포함 오래된 리더들이 끄덕였다. 분명히 그런 지점이 있다고. 우리는 그 고민만 하는 사람들이라 보면 안 다했다. 하튼 이번 주는 그런 걸 하나 해가는 게 일이다.

그런 확신을 주는 것들이 나와야 대표님은 비즈니스를 플레이할 용기를 얻는다 했다. 결국 그에게 용기를 줄 것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누구는 그걸 말로 하고, 디자인으로 보여줄 사람은 디자인을 해오겠지.

한편으로 내가 계속 직장생활을 유지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해왔다. 일이 힘들고 그런 건 아니고 이제는 안경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한다는 꿈 꾸는 이야기보다는 돈을 벌이 수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지점에 다가감에 가까워지면서다.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와 내 일에 대한 열정, 생존본능 그리고 대중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나은 정도의 감각이 있다. (이 안에서는 하찮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진행하지 못하는가? 아이들과 아내가 밟혀서? 이걸 이번 미팅에 접목해서 생각해보면 단 하나다. '확신'이 없어서다. 그럼 똑같은 이야기의 흐름으로 온다. 확신을 주는 때는 언제 오는지. 아마 그 생각만 하다 보면, 그리고 그런 생각만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람은 회사에서는 파트장님 대표님 정도, 밖에서는 살려고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리라.

그 다음에 필요한 건 실행을 할 ‘용기’다. 대표는 항상 디자인을 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야기 해왔다. 그 지점을 지나야 새로움이 나온다고.

난 그래도 세계에서 높은 수준에 있는 이 회사에 아이웨어 업계를 사랑함에 이를 (운 좋게)인정받아 들어올 수 있었고 나름 생존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몸 상하게 일해도 인생이 바뀌기는커녕 더 고단해지기만 했다. 애써 즐겁다고 이야기하기엔 사실 쉽지 않다. 전 회사 사장이 항상 하던 말이 있다. 사장보다 직원들이 좋다고. 이만큼 고민 안 하지 않느냐며 주말에 쉰다고 뭐라 했다. 근데 난 직원인데 일에 대해서 주말이고 이 새벽에도 쉬어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지쳐있는 상황에 아무래도 이 에너지를 내 거에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야 했던 회사는 지금보다 한 5~7년 혹은 더 이전의 회사다. 대표의 열정으로 인원수 몇 안 되는 회사가 700명이 넘어가는 회사가 된 그 시점. 지금의 내가 여기서 배울 건 없어 보인다. 결국 바닥부터 일궈내는 일을 내가 하거나 그런 곳으로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을 겪어야 시야가 확보될 거 같기 때문이다. 건물을 올리겠단 다짐을 하고 호미질을 하면서 가난하게 땅을 까던 그 때의 GM 말이다.

초기의 회사에서 이런 퍼포먼스였다면 지금처럼 톱니가 아니라 바퀴가 될 수 있었겠으나 지금 부속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수하는 것도 무지한 일인 거 같다. 항상 조금은 무리였던 선택을 보완해가는 방법이 나에겐 괜찮았던 기억을 되새기며 지금 기분을 정리해본다.

그래서 뭘 할건데? 앞으로 책을 읽는건 그 것을 강화하는 목적의 독서를 해야겠다. 앞으로는 책에 관한 글을 조금 더 쓰면서 나의 앞날에 가까워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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