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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용 프레임의 세계

beos 2021. 3. 8. 14:17

여러 안경쟁이들이 좋아하는 수제라던가 이베이에서 팔리는 ao나 아넬 빈티지 프레임 혹은 장 폴 고띠에나 까르띠에의 프레임들을 혹은 일본 생산 제품을 떠나 안경사나 유통사에서 일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돈이 되는) 시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아용 프레임. 일명 키즈나 주니어용 테의 시장이다.  나는 소아용 프레임으로 10년 넘게 강자의 자리에 있던 회사에서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소재의 혁신으로 인한 급 매출 상승, 엄청난 재고와 라이선스 파기 등 이슈를 간접적으로 보고, 최근 소아용 프레임 디자인을 하면서 팔리는 제품을 내며 느껴 본 경험을 토대로 개략적인 현 시장분위기와 성공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를 한다.

 

1. 밸런스

 

2년 전에 디자인한 성인용 프레임, 밸런스만 조정하고 스텐으로 바꿔서 가격만 맞춰주면 주니어용으로 팔기 좋을 듯.

 

성인용 프레임과 확연하게 다른 밸런스 차이를 갖고 있다. 키즈와 주니어 또한 엄연히 다른데, 키즈는 아동부터 초등생까지 씌우는 것이다. 렌즈 38-44에 브리지 16-18 정도의 마킹 사이즈다. 템플 팁은 러버 소재로 일명 자바라 팁이라 불리는 것들을 사용한다. 자바라 팁도 소재와 어느 부위에 사출의 힘을 줬는가로 착용감이 확연히 다른데, 이런 기능적인 부분은 아래 정리하겠다. 주니어는 초-중학생 사이즈인데 얼굴 작은 성인이 써도 된다. 45-49 사이즈가 대부분이며 메탈 프레임의 경우 48 사이즈가 가장 잘 팔린다. 아무튼 브릿지는 18 정도로 고정인 듯하다. 템플 길이는 135 정도. 물론 브랜드 취지나 소재에 따라 사이즈 차이가 있다. 

 

 

2. 소재

키즈테의 경우는 거의 무조건 사출 테라고 보면 된다. 두툼하고 안전하며 프런트는 투명한 TR, 다리는 울템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안전과 연관이 있다. 덕분에 어떤 특징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유니크한 기능을 강조하거나, 컬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다리에 실사 프린트 방식이 과거에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애 들것도 투명을 좋아한다. 주니어는 성인과 중간 정돈데, 팔아 본 결과 콤비, 사출, 메탈 프레임들이 두루두루 썩 잘 팔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장 가는 성인용과 다르지 않지만 파는 가격은 그만큼 받기 어려워 공장 컨트롤이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마진을 줄이거나 공장에 훨씬 대량으로 발주를 넣어서 가격을 떨어뜨려야 하는 등, 고민해야 할 점들이 많은 시장이다. 반면 나와 같은 경우는 성인용과 소아용을 동시에 컨트롤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들을 쓰며 안전하게 가는 편이다.

 

3. 기능성

아이들을 타깃으로 프레임을 만든다면 이 부분에 가장 30%정도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코패드 부분이 말랑하면서 휘팅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코는 낮기 때문에 메탈 코다리를 안경사들이 조정하면서 부러뜨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아이들은 자주 고장을 낸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특히 뭔가 조정이 가능해서 기능이 있는 팁, 템플, 코받침은 팔 때는 유용하지만 많이 팔았면 비례적으로 들어 올 엄청난 수량의 A/S를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 제품으로 '조정 가능한 기능'을 넣는 게 아니라 사이즈를 여러 개를 내는 편을 추천하는 바다. 특히 차라리 조정이 안되게 만들어버린 부드러운 코받침은 되래 낮다 높다라는 말이 안 나오고 불편해도 안전하니 쓴다, 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참고로 성인용과 마담용과 비슷하게 보수적인 시장이 이 소아용 테의 시장이기 때문에, 한번 감만 잡으면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가긴 정말 좋은 것 같다.

 

반응이 좋은 코받침. 소아용은 이런게 장땡이다. 메탈테 접목
반응이 좋은 코받침. 소아용은 이런게 장땡이다. 뿔테 접목
이중사출 라바코팅 된 길이조정용 템플

 

그리고 당장에 수리 이슈가 나지 않도록 디자인으로 풀 자신이 없다면 공장과 입을 잘 맞춰서 수리를 어떤 시간내에 처리하겠다던가, 제품의 부속을 더 주겠다는 등의 인간적이거나 혹은 사업적인 플레이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다. 그러나 원초적인 해결은 아니니 무조건 '고장 덜 나는 제품'에 집중하는 게 좋다. 어차피 소아용은 고장이 안나도 애들이 크면 바꿔야 하니까 이 부분에서 다른 제품들과는 다르다고 생각된다.

 

 

4. 가격

사출 프레임은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웠다. 왜냐면 금형하나에 찍어내는 개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무한정은 아님, 금형도 늙더라) 같은 소재와 모양으로 나와버리니 이곳저곳에서 금형만 빌려다가 찍어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금액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가 귀한 시대이고, 안전을 화두로 한 정말 괜찮은 금형을 만들었고 다른 회사와 공유를 안 한다면 성인 프레임에 버금가는 비용을 받아도 충분하다 생각된다. 물론 적절한 브랜딩이 되어있어야겠지. 아이용 옷들은 화보도 찍고 팝업스토어도 여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하는데 왜 소아용 브랜드는 그런 게 잘 없는지 의문이다. 전용 금형과 컬러, 브랜드에 비용만 들여도 괜찮은 가격을 받으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근데 너넨 왜 안 하느냐? 라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굳이 공장에서 다 수리해준다는데 디자인 개발을 할 필요도, 싸게 팔면 팔리니 굳이 브랜딩을 할 필요도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박리다매로 팔기 좋은 구조를 가졌다고들 하지만 글쎄.. 장기적으로 갈 수록 파이를 빼앗기고 브랜딩이 안되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갈 것 같다.

 

5. 유통

소아용은 어쩔 수 없이 소매점을 거쳐야한다. 아이들의 얼굴에 맞는 프레임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처를 늘리려면 거주지와 학교 주변의 안경원들에게 포인트를 맞추면 좋겠다. 소매점에 유통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지만 안경원도 진상이 엄청나게 많고 그에 못지않은 이슈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대우받는 브랜드는 희한하게 진상 안경원도 점잖아진다. 그리고 조금 현대적인 방법으로 유통을 한다면, 깔끔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유통방식은 자금이 좀 있는 곳에서 넓게 팔기 위해 하면 좋을 거 같고, 자사몰 방식은 인디스러운 브랜드에게 좋지 않을까 한다. 

 

5. 컬러

 

이태리 아로첨의 아세테이트 윈져 컬러샘플

 

무조건 밝게다. 은은한 무광, 브라운, 그레이 컬러등 다 해봤는데 이상할 정도로 소아용은 밝고 맑은 컬러가 최고다. (블랙 제외) 구색으로 만든 오렌지나, 네온 연두색 보라색 등등은 아무리 적게 만들어도 재고가 남으니 딱 진열장 깔릴 정도만 만들어 두고 메인 판매 포인트는 당연한 곳에서 내는 걸 추천한다. 나는 요즘은 블랙에는 녹색이나 푸른빛의 팁을 끼워 넣어 팁 재고도 맞추고 분위기도 바꿔보는 편인데, 호응이 좋다. 이런 플레이는 공장에 귀를 기울이면 나오는 방법들이다. 블랙, 실버, 로즈골드, 핑크, 투명, 블루, 레드 컬러가 소아용의 키워드다. 곁다리로 두세 컬러는 위에 나온 대로 소량으로만 넣으면 되겠다. 아니면 다 동일하게 발주하고 잘 나가는 컬러만 재주문하는 방법을 쓰던가.

 

여담으로 소아용은 A/S를 컨트롤 할 공장과 빠른 수리를 위한 부속 디자인이 필승의 전략이다. 안구 빵은 보통 어른들이 쓰는 분위기에서 사이즈와 밸런스를 조정한 정도가 잘 나간다. 요즘은 약간 얇은 플라스틱 프런트와 베타 템플, 두툼한 귀 팁, 안전한 말안장 코받침 등을 조합해서 예쁘고 편하게 만들어 어느 정도 포인트만 짚어주면, 그리고 A/S만 빠르고 정확하게 해 준다면 안정적인 소아용 브랜드로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애들 제품은 철테도 잘 나가고 뿔테도 잘 나가고 콤비 프레임도 잘 나간다. 실험적인 안구보다는 소매점에 나가는 특성상 뻔하지만 확실한 매출을 갖는 성인용 안구에서 비율을 조정해 나가 보자. 소아용은 신모델을 분기에 한 번 정도 기능성 포인트만 짚어서 출시하면 적당한 것 같다. 출시도 자주 하면 전에 팔리던 제품이 멈추는 현상이 있으니 이것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인지, 전에는 없던 카테고리인지 잘 구분해서 타이밍 맞게 출시하고 발주를 넣으면 좋겠다. 

6. 디자인

위에도 언급했으나 기본적인 빵, 원래 잘나가는 모양, 요즘 많이 풀리는 모양등으로 채워주면 충분하다. 요즘은 소아용도 크라운 판토가 잘 나간다. 원형은 워낙 잘나가니 사이즈별로 구비하자.

 

토마토 안경을 더 생산 안한다는 풍문도 있고, 이런저런 소아용 브랜드가 시기의 타격을 버티지 못하고 작년에 많이들 무너져나갔다고 한다. 덕분에 경쟁자가 줄어들어 몇몇 의식 있는 브랜드들이 또 치고 들어오는 모양이다. 이제 유통의 물꼬를 트는 브랜드들도 있고 자체적으로만 판매하는 브랜드도 생기는 듯하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길.

 

소아용은 2월부터 6월이 극 성수기다. 신체검사도 있고 날씨가 좋으므로 애들이 놀다가 잘 부러뜨려 먹는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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