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os
2025.9월 근황 본문
이제 갓 입사해서 일 년 차가 안 된 친구들이 많이 물어보는 게 어떻게 해야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생존할 수 있는지다.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내가 아는 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자청해서 내 장점과 섞어 끝까지 해내는 방법
회사에서 기대하고 있는 내 특징을 잘 살려 디자인적으로 인정받는 방법
기본적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않더라도 견디는 것.
누구나 2번을 상상하며 회사생활을 시작하지만 그게 그렇게 녹록치 않다. 녹록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 각자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들을 보며 비교하고 힘들어한다. 다른 성향의 상사를 포함한 직원, 다른 사람들과 맞춰나가는 과정은 즐겁기도 힘들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모르는 척 시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나름 자수성가 한 형과 잠시 통화했는데, 나보고 괜찮은 삶이라 말한다. 인정받는(?)직장을 다니면서 원하던 일을 하면서 미국주식 사모으면서 서울에 집이 있는 정도면 꽤 상타치라는 것이다. 텍스트로만 보면 그럴싸하지만, 나는 항상 부족하다. 그리고 오늘 문득 일에 관해서 난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전에는 어떤 상황들일지라도 치고 올라가려는 에너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있는 것들을 유연하게, 문제없이 흐르게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버티는 느낌. 약간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상황이다. 일이든, 나 자신에게서 불꽃을 발견해야 하는 때다. 라고 쓴 뒤 보름쯤 지났나. 많은 미스테이크가 나오고있다. 일적으로 좋지않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이 생기면서 밤잠을 설치고 수면이 부족한 상황까지 오고있다. 매일 술을 마시고 운동은 하지 않고있다. 기억력은 안좋고 팀원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
다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
흐릿한 눈동자에로 눈치보면서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닌 다시 주도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오늘 아침에서야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고치는 일은 쉽지않다. 그러나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운동을하고 건강하게먹고 술은 그만 먹는것.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열심히 쓰는 것. 일에 집중하고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집중하고 다리를 주물러주며 하루를 같이 마무리하는 것. 아내를 더 사랑하는 것. 기본부터 다시 쌓아가자.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절대 연연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