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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마약이 끝났다 (세계화의 종말)

beos 2026. 5. 24. 13:28

세계화의 종언, 그리고 그 다음에 돈이 모이는 곳


"우리는 게을러졌다. 40년간 값싼 노동과 자유무역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었다. 설계는 미국에서 하고 생산은 중국에서 하면 된다는 환상이 미국 산업의 근육을 녹였다."

JD 밴스의 이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것을 정치인의 수사로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관세 정책 선언이 아니었다. 1945년 이후 80년간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질서 전체를 향한 결별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 결별은, 우리가 돈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를 근본부터 바꾼다.

세계화의 상징 올해 다보스가 끝난 뒤, 세상이 달라진 것이 있는가.

나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그린란드는 여전히 덴마크 영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됐으며, 기후 협약은 더 약해졌고, 관세 전쟁은 심화됐다. 그리고 그 어떤 지도자도 next를 언급하지 못했다.


세계화가 만든 40년의 황금기

먼저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려 하는지부터 정확히 봐야 한다.

1980년대부터 202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는 하나의 거대하고 우아한 논리 위에서 작동했다. 경제학자들이 '비교우위'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각 나라가 가장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전체 파이가 커진다. 미국은 설계와 금융과 브랜드를, 중국은 생산을, 독일은 정밀 부품을, 한국은 반도체와 조선을 맡았다. 이 분업 체계는 전 세계 소비자 물가를 낮추고, 기업 마진을 높이고, 주주들을 부자로 만들었다.

애플이 이 시스템의 완벽한 상징이었다. 쿠퍼티노에서 설계하고 정저우에서 조립한다. 이 구조 덕분에 iPhone 마진율은 40%를 넘었다. 주주들에게 세계화는 40년간 이어진 천국이었다.

그런데 그 천국이 지금 끝나고 있다.


균열은 세 곳에서 동시에 왔다

역사적 전환은 언제나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쌓인 균열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다.

첫 번째 균열은 안보였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세계 최강국 미국은 마스크를 만들지 못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공장이 멈췄다. 수십 년간 효율성을 극단까지 추구해온 글로벌 공급망이, 단 하나의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싼 게 최고'에서 '안정적인 게 최고'로, 세계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균열은 중국의 변신이었다. 덩샤오핑의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실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 그 전략 위에서 중국은 WTO에 편입되고, 세계의 공장이 되었으며, 미국 자본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은 다르다. 반도체, AI, 우주, 군사력 — 모든 영역에서 미국과의 직접 경쟁을 선언했다. 밴스와 틸이 바라보는 중국은 이제 파트너가 아니라 패권 경쟁자다. 그 인식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꾼다.

세 번째 균열은 내부에서 왔다. 세계화의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주주와 고학력 전문직은 풍요로워졌지만, 오하이오의 자동차 공장 노동자, 펜실베이니아의 철강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조용히 중국으로 떠났다. 세계화는 경제적으로는 효율적이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했다. 트럼프를 두 번 당선시킨 힘, 밴스를 부통령 자리에 앉힌 에너지가 바로 이 균열에서 나왔다. 경제학 교과서가 옳더라도, 표를 잃은 정치 체제는 그 교과서를 던져버린다.


"탈세계화"는 관세가 아니라 문명의 재배치다

많은 사람들이 탈세계화를 단순히 관세를 올리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것은 현상의 표면만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훨씬 더 깊고 구조적인 재편이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 세계 어디서든 가장 싼 곳에서 사던 시대가 끝나고, 믿을 수 있는 동맹국끼리만 거래하는 시대가 온다. 미국-한국-일본-대만-인도로 이어지는 반도체·배터리·방산 공급망의 재편이 이미 진행 중이다. 지정학이 공급망의 설계도가 된다.

산업 정책의 귀환. '시장이 알아서 한다'는 40년간의 신화가 끝났다. CHIPS Act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이제 정부가 직접 특정 산업을 지목하고 보조금을 투입하며 설비를 유치한다. 밴스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더 노골적으로, 더 크게 작동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서 '보이는 손이 정한 승자'로의 전환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투자자라면 이 하나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시대. 세계화는 40년간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공급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전 세계 물가를 눌러줬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후퇴하면 그 압력이 사라진다. 미국에서 만들면 중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비싸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다. 1990년대 이후 투자자들이 당연시해온 저인플레이션 환경이 구조적으로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채권 자경단이 다시 깨어나는 이유이고, 연준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이며, 고밸류에이션 성장주들이 흔들리는 이유다. 모두 같은 이야기의 다른 챕터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탈세계화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이기는 자산과 지는 자산의 구분선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이기는 쪽: 미국 내 생산 인프라를 가진 기업들. TSMC가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삼성이 텍사스에 파운드리를 세우고, NVIDIA가 미국산 칩을 요구받는 세상이 오고 있다. 미국 내 제조, 건설, 에너지, 전력망 기업들이 40년 만의 구조적 수혜를 받는다. Quanta Services가 전력망을 깔고, GE Vernova가 터빈을 만들고, Eaton이 전력 장비를 공급하는 흐름은 정치가 바뀌어도 멈추기 어렵다. 이미 착공된 공사는 계속된다.

이기는 쪽: 가격 결정권을 가진 기업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핵심 조건은 하나다. 원가가 올라도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는가. 강력한 브랜드, 독과점적 지위, 대체 불가능한 필수재를 파는 기업들이 여기 해당한다. 코카콜라가 음료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고, Procter & Gamble이 세제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은 빨래를 한다.

이기는 쪽: 국가가 반드시 사야 하는 것을 파는 기업들. 방위산업과 정부 계약 기업들은 금리와 경기 사이클에 무관하게 매출이 보장되는 구조다. 지정학 긴장이 높아질수록 국방 예산은 올라간다. 탈세계화 시대는 필연적으로 지정학 긴장의 시대이기도 하다.

지는 쪽: 세계화를 정교하게 최적화한 기업들. 역설적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가장 정교하게 설계한 기업들이 가장 큰 위협에 직면한다. 그 최적화 자체가 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 생산에 의존하는 소비재 브랜드들, 관세와 환율 변동에 취약한 글로벌 유통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는다.


혼란을 피하지 말고, 혼란의 방향을 읽어라

역사에서 세계 질서의 전환은 언제나 거대한 혼란과 거대한 기회를 동시에 만들었다. 1차 세계화가 끝나던 1930년대에도, 브레턴우즈 체제가 흔들리던 1970년대에도 그랬다.

1930년대의 공황 속에서 어떤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잃었고, 어떤 투자자들은 한 세대를 지배하는 부를 쌓았다. 차이는 단 하나였다. 혼란을 피하려 했느냐, 혼란이 만드는 새로운 방향을 읽었느냐.

밴스의 저 한 문장은 경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40년간 살아온 세계가 끝난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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