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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따라갈까

in (think) out 2025. 8. 17. 23:06

 한국이 망해가나? 나는 디자이너라 숫자보다는 풍경과 흐름을 바라보는 쪽에 익숙하지만, 그래도 감각적으로 보면 ‘망한다’는 말은 너무 과격하다. 한국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나라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아마 망한다기보다 일본처럼 길게 정체되는 상황이 오긴 올 것 같다. 일본도 8-90년대 르네상스와 같은 애니메이션과 문화의 시기가 있었지 않은가? 지금의 k 시장과 어쩐지 닮아있어 문화의 흐름 수순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한때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순위가 내려앉았고, 1인당 소득도 한국과 대만보다 낮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간다는 말은 언젠가는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나라가 우리보다 잘살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즉 망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밀려난다는 얘기다.

이 흐름을 만든 건 결국 제도의 방향성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더 크게 벌고 성장하는 것보다는, 있는 걸 규제하고 나누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기업이 커질수록 더 무거운 제약이 덧씌워지고, 법인세나 대출 규제는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래서 경제성장률도 0~1%대에 머물 위험이 크다. 선진국은 원래 고성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여전히 2%대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처럼 된다면 그 차이는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일본은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정규직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안정은 지켜냈지만 비정규직이 늘고 청년층 기회는 줄어들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균형은 무너진 셈이다. 한국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시선으로 서울 부동산을 본다면, 풍경은 한층 더 분명해진다. “망한다”는 식으로 집값이 무너지는 장면은 잘 떠올리기 어렵다. 도쿄가 그랬듯 거품이 꺼지면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십 년간 눌려 있는 정체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쿄는 1990년대 이후 집값이 급락했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장기간 오르내림 없는 상태로 흘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여전히 사람이 몰리는 도시라 핵심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 대신 재분배를 우선하는 경제정책 기조 속에서는 큰 폭의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심부 아파트는 버티거나 서서히 오를 수 있어도, 교통과 산업 기반이 약한 주변 지역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점차 방어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서울 부동산의 미래 역시 ‘망한다’가 아니라 ‘길게 눌린 정체 속에서 핵심과 주변이 갈라지는 그림’으로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결국 질문에 답하자면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처럼 될 가능성은 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마주해야 할 진짜 장면이다. 안정이라는 이름의 배경 뒤에서 기성세대는 안도하겠지만, 젊은 세대는 몰락에 가까운 답답함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도, 서울의 집값도 그 궤적 위에 놓여 있다.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서울에 더이상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집 하나 갖고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으면 되겠다. 그 돈은 어디서 나느냐? 

그건 고민을 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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