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nk) out 2025. 5. 12. 22:24

월급날이었는데 큰 돈이 들어왔다.

 뭔가 시즌이 겹쳐서 특수하게 뭔가 합쳐져서 많이 들어왔었는데, 나는 잠결에 그게 나의 월급인 줄 알았지. 대충 연봉검색기 쳐보니 연봉 몇억이 아니어도 월 급여가 그정도더라. 이야,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다. 고민하던 차도 중고가 아닌 신차로 그냥 살 수 있었고, 둘째도 그냥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도 괜찮겠더라. 그러고도 쓸데없는 짓 안 하면 다른 집도 하나 더 사서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주식이든 한국 주식이든 매 달 어느 정도씩 꼭꼭 넣으면서 말이다. 특히, 회사와 가까운 성수에 아파트 30몇평 하나 투자한다 생각하고 구매한 다음에 출퇴근 스트레스는 쫙 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냥 이벤트성인 돈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많은, 하지만 나의 사고 틀 안에 있는 생각들이 지나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할 수 있겠다 싶었다. 되고 싶은 스타일의 옷도 남는 돈으로 두세 달에 하나씩 사볼 수 있었겠다. 사고싶던 가구도 좀 더 사고.

그 숫자 정도면 직장인으로, 집의 수입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그렇게 고민스럽지 않을 같았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생각드는건 지금 당장 그렇게 받아야하는지?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장 받는 숫자가 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그 숫자보다 아득히 더 멀리 갈지, 그 정도 숫자가 나의 최고 지점이 될지 결정될 것이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의 퍼포먼스와 당장의 돈을 결부시키고 싶지는 않다. 잘 돼서 그게 들어오게 만들든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면 나가서 내가 그 시스템을 만드는 창업자가 되든.

너무 많이 읽힌 책이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내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면서 얻는 기쁨은 금새 사라진다. 그러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통근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자리를 가진 기쁨은 질리지 않을 것이다. 넉넉한 저축이 있어 위기의 순간에 내가 적절한 시간과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면, 이런 기쁨 또한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내가 원할 때, 내가 준비됐을 때 은퇴할 수 있는 기쁨 역시 대단할 것이다.

내가 모은 한 푼, 한 푼은 모두 남들 손에 맡겨질 수 있었던 내 미래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

-돈의 속성에 추가로 쓴 모건하우절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