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월급날이었는데 큰 돈이 들어왔다.
뭔가 시즌이 겹쳐서 특수하게 뭔가 합쳐져서 많이 들어왔었는데, 나는 잠결에 그게 나의 월급인 줄 알았지. 대충 연봉검색기 쳐보니 연봉 몇억이 아니어도 월 급여가 그정도더라. 이야,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다. 고민하던 차도 중고가 아닌 신차로 그냥 살 수 있었고, 둘째도 그냥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도 괜찮겠더라. 그러고도 쓸데없는 짓 안 하면 다른 집도 하나 더 사서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주식이든 한국 주식이든 매 달 어느 정도씩 꼭꼭 넣으면서 말이다. 특히, 회사와 가까운 성수에 아파트 30몇평 하나 투자한다 생각하고 구매한 다음에 출퇴근 스트레스는 쫙 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냥 이벤트성인 돈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많은, 하지만 나의 사고 틀 안에 있는 생각들이 지나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할 수 있겠다 싶었다. 되고 싶은 스타일의 옷도 남는 돈으로 두세 달에 하나씩 사볼 수 있었겠다. 사고싶던 가구도 좀 더 사고.
그 숫자 정도면 직장인으로, 집의 수입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그렇게 고민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생각드는건 지금 당장 그렇게 받아야하는지?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장 받는 숫자가 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그 숫자보다 아득히 더 멀리 갈지, 그 정도 숫자가 나의 최고 지점이 될지 결정될 것이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의 퍼포먼스와 당장의 돈을 결부시키고 싶지는 않다. 잘 돼서 그게 들어오게 만들든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면 나가서 내가 그 시스템을 만드는 창업자가 되든.
너무 많이 읽힌 책이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내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면서 얻는 기쁨은 금새 사라진다. 그러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통근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자리를 가진 기쁨은 질리지 않을 것이다. 넉넉한 저축이 있어 위기의 순간에 내가 적절한 시간과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면, 이런 기쁨 또한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내가 원할 때, 내가 준비됐을 때 은퇴할 수 있는 기쁨 역시 대단할 것이다.
내가 모은 한 푼, 한 푼은 모두 남들 손에 맡겨질 수 있었던 내 미래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
-돈의 속성에 추가로 쓴 모건하우절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