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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정서

in (think) out 2025. 4. 28. 00:14

리더는 괜히 리더가 아니다. 믿고 따를 수 있고, 본받을 수 있는 사람이 리더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리소스를 집중해 앞으로 가야 할 목표에 집중시키는 사람이 리더다. 언뜻 당연한 말이지만 실은 당연하지 않다. 막상 현실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리더는 잘 없다. 혼자라도 잘하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인 실정이다. 

‘믿고 따를 수 있다’는 말은 곧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조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타개한다. 결국 실력이다. 잘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없다. 인정이란, 그 사람의 문제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따라온다.

역량이 있다면, 그다음은 다른 사람의 정서를 살피는 일이다. 상대가 어떤 상황과 상태에 처해있는지 알고, 그 사람이 감정 안배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누군가의 짐을 함께 들어주는 그 접촉, 그 배려에서 상대는 진정으로 ‘도움받았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개입해야 한다. 조직에서는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레벨과 역할을 구분하지만 그 경계는 - 직급, 직무, RnR 같은 것들 - 늘 흐릿하다. 틈은 어디서든 발생한다. 그러나 이 틈은 사실 사실 혼란이 아니라 언제든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실력을 갖췄다면, 어디든 비집고 들어가 개입한다. 상황을 조율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만 잘 해결하거나 사람만 잘 챙겨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둘 다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누군가 시켜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고, 신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둘 다 내가 얻어내는 것이다.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느덧 나도 팀을 꾸릴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전 우리 파트는 딱히 팀이랄 것이 없는 디자인 개인 사업자, 혹은 프리랜서가 한 룸에 모여서 일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따로 떨어져 새로 데려온 사람과 한 팀이 되어 이 프로젝트를 헤쳐나가고 있다. 근 한 달간 같이 하고 있는데 문득 돌아보니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먼저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팀은 성과 기준이 높은 편이다. 나는 기대한 것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게 아니라, 이를 아득히 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늘 무언가를 성취해 온 배경으로 목표지향적으로 시간이 지나니 자신을 연소하는 일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나를 연소하는 방식을 취하니 이건 할 일이 아니란 게 점점 더 확실해진다. 끈기, 열정, 목표 이 모든 것들은 사실 유한한 자원이고, 그래서 이것들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무언가를 오래 할 수 있으려면 그 일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일일수록 더욱 그렇다. 조율할 줄 아는 것이 역량이다. 또한 곧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이를 먹고,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욱 그렇다. 나와 조직의 관계는 곧 나와 나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다. 나와 내 일의 관계는 나와 내 자신의 관계다. 일의 본질이 일 그 자체인 경우는 없다. 결국 돈이든 명성이든 안정적인 삶이든 성취감이든 뭔가에 포커싱이 맞춰져서 다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들은 결국 물질이나 감정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런 욕망과 감정들을 파고 들어보면 종착역은 나의 정서로 귀결된다는 순서다. 

이걸 깨닫는 시점이 늦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노하우나 인사이트보다도 인간의 심리와 감정, 정서 구조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결핍이나 결함, 정서에 대해 찾아내자.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더 크게 깨닫는다. 내게 필요했던 건 성장 방정식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이해였다. 나를 알고 나를 지킬 줄 아는 것이 먼저다.

2025년 5월이 되기 전 저녁. 나는 어쩐지 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변화의 욕구다. 이 기분을 붙잡고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리더가 되고, 나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이 된다. 리더처럼 보여야하고 조직에서는 그런 자리에 있을법한 사람으로 보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