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되면서 드는 생각

직장에는 모두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에도 그야 마찬가지였지만 직장이란 건 어느 정도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싫으면 나오면 된다. 문제는 누가 싫다고 다른 회사로 간다고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려면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여기는 것 같지만 사무실을 그저 직업적 관점으로만 보고, 거래를 하기 위해 프리랜서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서로를 차갑게 대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못한 것이다. 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가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써버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직장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지속되는 관계가 남지 않는다면 결코 시간을 잘 투자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나라는 사람을 더 진하게 만들어가긴 한 거 같다만 이 그룹 안에서 과연 누군가를 남겼을까? 잘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는 게 아니라 남기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과 ‘아무에게나 말하는 것’ 사이의 가장 적절한 중도의 길, 그게 바로 회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모든 관계가 일과 성과에 직결되고 그중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인 말하는 것 이 중요한 곳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잘 구분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잘 모르겠으면 아예 '제발 입을 다물자'. 이건 지금도 항상 되뇌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했던 조언들이나 진실, 허세, 어쨌든 입에서 튀어나왔던 모든 말들은 칼이 되어 되돌아왔다. 남이 더 잘되면 질투를 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인간 본연의 모습. 그런 사람들은 묘하게도 특징이 있는데 주로 자존감이 강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본인은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회사에서 모습은 잉여로운 모습이었고 이를 즐기는 듯하기도, 벗어나고 싶지만 관성 때문에 헤어날 수 없어 보였다. 그런 사람들은 인정을 받지 못해 초초해 보였고 쌓이는 것이라곤 오직 불만뿐이다. 점점 무능해지는데 이게 주변 탓인지 원래 그랬는지 보는 사람조차 헷갈리기 시작한다. 보통 본인 탓 보단 주변을 탓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주로 회사에 가장 오래 기생하고 싶어 한다.
회사가 초반기를 지나 소규모 창의적 인재들을 모아 창조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보다 시스템을 위해 인력의 부피를 늘리면서 몰래 숨어 다니며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하거나 일이 없어도 일하는 모습으로 포장하는 직원들이 늘어난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파일럿만큼이나 성장시키거나 발굴하기가 어렵다. (성장에는 본인의 의지가 많이 필요하다)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그리고 직원이 직원끼리 감시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다면 회사는 점점 망해갈 것이다. 회계에 별 문제는 없는지, 직원들은 규칙을 따르고 있는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관리자 혹은 잉여 인력이 늘어나는 것을 회사는 조심해야한다. 물론 회사의 행정, 비용, 발주, 유통 등등은 창의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지만 오래간 쌓인 경험만을 무기로 권력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은 조심해야한다.
젊은 직원들이 퇴사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그들위에 있는 상사들을 보면 자신의 앞날에 저 꼴이 될거라는 두려움 때문도 있다. 나는 비록 상사는 아니지만 그런 빌런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일의 목적 중 하나인 욕망을 분출하는 것 (나의 경우는 생각하고 예상하고 뭔가를 만드는 행위와 그 결과를 보면서 얻는 즐거움)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한 이야긴지. 깊은 생각이 드는 시기다. 이직 5년차.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참고로 자유에는 금전적 자유도 있지만 하고싶은걸 하고싶은 시간에 할 자유가 크다. 직장인에겐 없는.. (밀의 자유론과는 별개의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