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0 to 1)
새로운 기술 혹은 유통 방식을 창조하는 회사가 이상하게도 보다 현대적인 조직이 아니라 봉건적 군주제를 닮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봐왔다. 단 한 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미래로 가는데 방해할 주주들도 없다. 창업자는 모든 과정 중 가장 중요하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중요한 질문이 7가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커리어 특성상 아이웨어 관련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겠다. 특정 시대에 태동하는 여러 사업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데는 이 질문들에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 기술 -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제로에서 1이 되는 것)
2.시기 -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나는 팔리는 것이 항상 궁금한 디자이너다. 유통은 제품 디자인에 반드시 필요한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했지만 ,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사업성은 형편없는 것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그래서 디자인 단계에는 판매 계획이 같이 있어야 한다. 유통 채널도 마찬가지. 주력 판매 채널이 결정되면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운이 좋아 점점 회사가 커진다 쳐보자.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초기 멤버도 중요하지만 후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채용의 기준이 필요하다.
채용 관련 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학생 때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다. 당시 막 군대에서 제대했던 우리들은 군 기강이 바짝 서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군을 모집한다면 먼저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면서 한 얘기는 만약 군대를 지원한다면 어디로 갈 것이냐였는데, 우리의 대답은 해병대였다. 군무새스러운 이야기지만 가장 믿을만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곳이란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런 연장으로 주변 사람의 중요성 (주변 5명의 평균이 나라는 식의), 대학의 중요성에 대해 점점 생각이 확장해서 굳어지는 계기가 있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직원이라면 이런 의문 역시 가질 것이다. ‘이 사람들이 과연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종류의 사람들일까?’ 우리 회사가 왜 그에게 개인적으로도 특별히 더 맞는 회사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우리 회사에 딱 맞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특히 회사의 복지를 가지고 씨름하지 말자. 공짜 해외여행 항공권이나 카페테리아에 더 강하게 흔들릴 사람이라면 팀에 넣을 필요가 없다. 건강보험과 같은 기본적 사항을 보장한 다음, 그 누구도 약속할 수 없는 것을 약속하자.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특별한 문제에 관해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할 기회 말이다. 연봉이나 복지를 가지고 지금의 구글이 될 수는 없지만, 회사의 미션과 팀에 관한 훌륭한 답변을 갖고 있다면 초기의 구글로 시작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웨어 시장에서 특별한 문제는 뭘까? 어렴풋이 느끼는 건 많은 패션 업체들의 아이웨어 소량 디자인과 생산에 대한 갈증이라 생각한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신생기업은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한다.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 이유는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성공해서 굉장히 큰 회사가 되더라도 소비자가 느끼기엔 작은 회사와 같은 '느낌'을 유지하자. 우리는 애플이라는 초대기업의 제품을 보고 작고 디테일에 집착하는 디자인회사는 아닐까 란 착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느낌이 소비자에겐 일관되고 브랜드 관점으로 참 좋다고 할 수 있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외톨이형 천재는 예술이나 문학의 고전을 남길지는 몰라도 산업 하나를 통째로 일굴 수는 없다. 신생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다만 그 규모는 실제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작게 유지되어야 한다. 어떤 산업은 최소한의 인원. 그러니까 한명이나 둘 로도 가능하다. 나는 이번 명태균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이 바로 그런 것이다. 아 이 단 하나의 인물이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시작해 단 하나의 직원만 데리고 다니면서도 대통령을 바꿀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가질 수 있구나. 여기까지 가려면 오랫동안 곤조를 유지하며 성장한 케이스 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단기성장에만 집중한다. 성장은 측정하기가 쉽지만 ‘6.존속가능성’은 측정하기 쉽지 않다. 미래의 이익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창립자의 거짓말과도 강튼 비전에 열광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이다. 현재의 일정 금액은 미래의 같은 금액보다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각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이와는 정 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들을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운이 좋게 수익이 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먼저 시작한 경우다. 그러나 점점 플레이어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아무도 벌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언제나 비껴있거나 완전히 벗어나 있어야 한다. 예술가 처럼 자신의 예술성에만 신경을 써 경쟁에 대한 감을 잃거나 사소한 차별화 요소에 집착한다면 살아남기조차 힘들 것이다. 딱히 팔리거나 좋지도 않은데 구린 마감을 보고 러프한 느낌이 자신의 시그니처라 하는 종류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은 남의 것을 봐도 자신 제품의 마감이나 디테일이 떨어진 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업자들이 많다.
비즈니스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과거의 실수에 대한 잘못된 반응은 얼마나 되는가?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은 다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진실은 정 반대에 있다. 통념과 정 반대되는 생각을 묻는 이 질문이 미래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걸까? 가장 좁은 의미로 말할 때, 미래란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의 총 합이다총합이다.그러나 미래가 현재와 뚜렷이 구별되고 또 중요한 이유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순간이라서가 아니다. 미래가 중요한 것은 그때가 되면 세상이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100년간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는 아직 100년도 더 남은 일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많은 것이 급격히 바뀐다면, 미래는 바로 코앞에 와 있는 셈이 된다. 각자의 목표를 정하고 빠른 시간 내에 미래를 살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