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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여정에서 얻는 의미와 즐거움

in (think) out 2024. 11. 29. 16:10

italy 2024

 

디자이너에게 창조의 여정은 개인의 비전을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는 즐거움이 있다. 여기에는 혁신의 스릴, 실험을 통한 학습,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 작품을 만드는 만족감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쉽지 않다. 

 

단순히 의자에 앉아 끄적거리거나 샘플을 만져보고, 툴로 그리며, 모니터에서 살짝 떨어져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적당히 입을 열심히 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량 생산품이기 때문에 여러 팀과 사람들, 비즈니스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디자이너와 회사의 의도, 브랜드의 방향과 미학을 반영해 이를 공장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회사와 제조사 간의 파워게임, 내부의 컨펌 과정에는 수많은 스토리와 희노애락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 과정은 스포츠와 비슷하다. 실력과 감각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력, 의지, 태도(책임감, 공감력, 존중)의 차이가 더 중요해진다.

 

샘플 단계를 지나 출시까지 가는 과정에는 착용감 개선, 생산성 고려, 환경적 제약, 법률상 이슈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정확한 시기에 출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다. 예상치 못한 이슈들도 발생한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여기까지 신경 써야 할까? 

 

내 생각에 진정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오너십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오너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만족시키면 된다. 그러나 그 정도로만 생각하면 그 정도의 결과물만 나온다. 이는 마치 ‘나는 이만큼 받으니 이만큼만 할거야’ 라던가, 누가 나보다 잘하지도 않는데 괜히 친해서 더 인정받는다. 혹은 최대한 책임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피하는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나는 내 인생의 창업가다. 내가 선택하고 몰입하는 순간들이 나의 포트폴리오이자 나라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히스토리가 된다. 내가 투입된 일에 대해 내가 오너라면? 내가 큰 돈을 배팅했다면? 평소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다. 경쟁보다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독점이다. 이제 독점을 목표로 하자. 경쟁에서 발을 빼고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젠틀몬스터가 안경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나듯이 말이다. 디자이너로서 혹은 무언가 이루고싶은 열망이 있는 한 사람으로써 나만의 영역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내며 갈고 닦아야 한다.

 

이런 시간이 지나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기업가가 될 것이다. 잘 되는 길로 통하는 비밀을 찾자.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뻔하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쌓아야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할 텐데, 지위나 명성,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선택 철학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때가 되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하다. 선택을 높은 사유의 시선에서 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내가 디자이너인가? 나는 단어가 나에게 맞는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마 나는 디자이너 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