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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살자

in (think) out 2024. 10. 29. 19:24

2024.capri

위 사진은 어쩐지 이 책의 풍경인 크레타섬을 보는듯해서 올렸다. 이태리의 카프리섬.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좋았던 기억.

 
한국은 갑자기 가을이다. 쌀쌀하다를 지나 급 추워졌다가 지금은 진짜 가을에 맞는 냄새를 제법 풍기고 있다. 이반 일리치를 지나 또 다른 캐릭터의 고전을 읽고 싶었다. 가을이 주는 감정이 그렇다. 주말에 첫재 아들을 숲 체험에 보내놓고 공원에 앉아 다 읽고 약간 남은 뭔지모를 기분을 즐겼다.
  

 
조르바는 이반과는 정반대의 인간이다.

 직설적이고 불꽃같으며 크게 계산을 하지 않고 감정대로 움직이는 열정적인 사람. 삶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거의 무모한 태도를 구현하며,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말하든 관계없이 현재에 온전히 산다. (카르페디엠!) 책에서 조르바를 서술하는 화자의 모습은 (작중에서 보스 혹은 작가인 카잔차키스 일지도) 나처럼 책에 진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사람이기에 나의 모습에 공감이 되어 마치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인 듯 몰입력 있게 읽었다. 한마디로 먹물이란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내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느낌이다. 정해져 있지 않으며 나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자유로운 삶. 물론 어떤 틀로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한다는 울타리는 있지만 그 조차 본인이 정하는 것. 누군가에겐 자유로움이 두려움일 수 있다. 책에서 나오는 여자들 또한 자유가 싫다고, 누군가에게 구속받고 싶어 했기에 그것이 사람이 지닌 속성이 아닌데 여자는 도대체 무엇이냐며 모든 것에 질문을 하고 자연에 감탄하는 순수한 아이 같은 사람. 보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 온몸으로 겪는 경험과 실패, 리셋. 위험을 안고 미지의 것을 포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어쩌면 아름다웠다. 길에서 몸으로 배우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스트릿 러너처럼. 아무튼 나도 한때는 그런 순간순간들이 있었고, 그때들이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들이 든다. 그리고 생각이 많이 남는다. 호주로 가던 결심, 안경을 하겠다는 결심. 작업실에서의 경험 등. 그저 온몸으로 부딪히고 느끼고 배우고 결정하던 때.
 
 조르바는 여자를 만나서 관계맺는 일도 굉장히 소중하다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보면 사실 난봉꾼이지만 조르바는 제우스 신을 빗대 공감력이 강한 신이었기에, 여자를 외롭게 두는 것이 가장 큰 죄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눈앞에 있는 소녀든 할머니든 창녀를 그 순간은 가장 사랑하는 진실한 사람이었다. 포도주를 마시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순간순간 즐기는 조르바의 삶. 그를 롤모델로 삼는 게 과연 맞을까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어릴 적에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날라리네 라 생각이었다면 30 중후반이 된 지금 읽은 조르바의 자유로움과 거침없는 행동이 어쩐지 혈기왕성한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감정이다. 청춘이랄까. 뭐 그래본 적도 없지만. 아마 나이가 더 들어서 읽으면 그 기분이 더 강해질 수 있겠다.
 
 그렇다면 뭐냐, 지금 나의 삶에서 순간을 더 느끼고 즐기며 어쩌면 심각한 일들은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며 흘려보내는 것. 마지막 케이블카가 모두 무너지고 화자와 조르바가 양고기를 먹으며 즐기는 모습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해방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 좀 망해봐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케이블카를 세우는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일했고 최선을 다해서 놀았다. 그러니 모두 무너져도 웃을 수 있는 것이리라. 

여행을 많이 다니던 이 글의 작가인 카찬차키스가 실제로 만났던 인물이 아닐까? 물론 약간의 허구는 들어가 있었겠지만 일부 나에게도 카잔차키스와 조르바의 피가 동시에 흐르고 있다. 눈앞에 커피가 있으면 이에 집중하고, 일이 있으면 일에 집중하고, 여인이 있으면 이에 집중하고, 자다 깨서 운동을 가야 하면 벌떡 일어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싶다. 자꾸 훗일과 인과관계를 따지며 살고싶지 않다. 이 또한 누군가 바라는 자유가 아닐까. 마지막에 늙은 조르바는 벌떡 일어나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선 채로 죽는다. 이 책은 50대가 가장 많이 읽는 고전이라는데, 아마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그리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나이이기 때문일지도.


 영 딴 이야긴데 최근 사주를 봤는데 2025년 3월 6월에는 이동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한단다. 새로운 환경이나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커지며 해외로 나가든 집을 옮기든 회사를 옮기든 내 일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다. 6월에는 그동안 계획해 온 사항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에 적합한 시기라 하며 주변에서 도와준다네? 그게 무엇이 되든 간에 한 번쯤 눈감고 조르바처럼 행동해 볼까. 용기와 자유를 즐길 줄 알 것! 그렇다면 언제나 조르바처럼 살 수 있다. 청춘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