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밌게 읽은 책. 나는 악당에게 꽂히는 부분이 있는데, 작중에서 데이비드 스타조던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는 파괴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의 이론에서 결국 히틀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

파괴되지 않는 것.
그것은 경이로운 개념이다. 왜냐하면 내가 비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밀고 나아가는 것이 미친 짓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허락해 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의 열정이라는 연료가 너무 피어올라 현실감각이 안개처럼 흐려진 사람들에게 있는 것인가? 절대 아니었다.
책에서 나오는 위대한 사람이자 마지막엔 최고의 악당이 되는 데이비드 스타의 에세이에서 발췌한 글이다.
'사람이 계획을 세우고 창조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이 노력해서 이룬 결과가 그토록 처참하게 파괴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재앙 앞에서 그렇게 푸념하지 않는 인간을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희망차고, 그토록 용감하며, 그토록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일은 그전엔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지진과 화재가 준 교훈이다. 그가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지은 집이지만, 그는 집 밖에 서 있고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시란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창조한 것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사람이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할 때 데이비드의 과학적 세계관이 보여주는 것은 허망함 뿐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활동적인 야외 생활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건강과 영혼을 즐겨야 한다 한다. 행복은 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데서 온다. 여정을 즐기고 작은 것들을 음미하라.
당신 삶의 30년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무엇이든 당신이 매일 하는 일, 무엇이든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일, 그것이 아무 의미 없다고 암시하는 모든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중요한 것이기를 희망하면서 매일같이 의지를 모아 시도하는 모든 일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당신의 발치에서 뭉개지고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조던은 자신의 모든 자녀가 죽는 등 엄청난 고통과 역경을 이겨내며 살았지만, 결국 죽고 나서 그가 평생 해 온 모든 개념을 윤계숙 여사 덕분에 잃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는가? 첫 번째는 상상력이요 두 번째는 물고기에 대한 절대 바꾸지 않는 신념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미래를 상상하는 것. 그것은 마치 시크릿이나 밥프록터의 논리와 같은 것들이었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이라 하겠지만 누군가에겐 다가올 미래다.
뭐 두서없이 썼지만 이 책의 결론은 결국 종들과 생명간의 관계는 가지처럼 뻗어가면서 누가 위에 있고 아래 있는 것이 아닌 우연의 산물로 새로운 것들이 다채롭게 섞여있다는, 다윈의 진화설이. 인간들도 우생학처럼 누가 누구보다 우세하고 열세하다는 것이 아닌 그저 다르다는 것들을 인정하자는 즐거운 책이다.